쇳덩이의 비명이 고막을 찌른다. 듣는 사람의 경각심을 자극하며, 호루라기는 날카롭게 운다. 과거 영국의 경찰관들은 두 가지 목적으로 호각을 불었다고 한다. 시민이 법을 어기는 모습을 발견했거나, 혹은 자신의 동료가 저지른 비리를 고발할 때다. 내부고발인을 의미하는 영단어 ‘Whistle-blower’(호루라기 부는 자)는 후자에서 나왔다. 호루라기가 공공의 복리를 위해 내부고발을 하는 자, 즉 공익제보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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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곤란’이 공익제보자 덮친다
이지문씨(46)를 만났다. 육군 중위로 복무하던 1992년 당시, 14대 총선 군 부재자투표 과정에 공개·대리 투표 행위와 여당 지지 정신교육이 있었다고 고발한 인물이다.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시민운동과 민주주의를 가르치며 자신과 같은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호루라기재단’의 상임이사로 활동한다. 우리 사회에 공익제보가 태동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직접 경험하고 관찰해온 인물인 셈이다.
1992년 당시 우리 사회는 공익제보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다. 이씨는 대대적인 보복 조치에 시달렸다. 국방부는 이씨가 허위 증언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무단이탈죄로 구속했다. 부하 사병들을 대상으로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한편, 지휘 체계에 있는 장교들을 보직 해임하는 것으로 이씨를 간접 압박했다. 이씨는 끝내 이등병으로 파면 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