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도경] 충격 커도 로스쿨 ‘환부’ 도려내야 기사의 사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비리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서울 유명 사립대 로스쿨 A교수가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교육부가 로스쿨 입시를 전수조사해 불공정 입학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적발한 것은(국민일보 2016년 3월 29일자 1·2면 참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교수는 “입시철에는 일을 못할 정도로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법조인과 공직자, 교수 등 힘 있는 사람들이 전화를 한다는 건 입시 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특수수사 계통에서 이름을 날리던 검사였다. A교수는 “비리를 찾아내 많은 이들을 감옥에 보낸 사람에게 이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뒷거래’가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했다. ‘제척제도’(아들딸 등이 지원했을 때 입시에서 배제)는 허울뿐이고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로스쿨 입시 비리는 법률 전문가들에 의해 은밀하게 진행되므로 수사를 통해서도 밝혀내기 어렵다고도 했다.
신 교수나 A교수처럼 행동하지는 않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로스쿨 교수들도 많았다. 대학 측과 동료 교수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선뜻 나서지 못할 뿐이었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교수는 “다양한 직군에서 법조인을 배출하는 제도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걸 운영하는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입시 면접을 이대로 두는 건 도저히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로스쿨 제도를 설계했던 관료 출신 학자조차 전면적인 개혁을 주문할 정도로 비난 여론은 거세다. 곽창신 세종대 부총장은 “로스쿨 제도가 기형적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 도입을 담당한 교육부 대학혁신추진단 단장이었다. 그는 “이미 로스쿨은 기득권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래 중·하 소득계층에서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게 하려고 로스쿨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부유층이 자기 아들, 딸, 며느리를 법조인으로 만드는 제도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왔다. 로스쿨 입시비리는 수사기관이 나선다고 해도 속 시원하게 파헤치기 어려울 것이다. 법률 지식으로 무장하고 수사기관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은밀하게 벌인 ‘짓’이다. 그래서 교육부라도 나서 철저하게 제도 개선을 해 앞으로 벌어질 비리를 예방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교육부가 보여준 로스쿨 정책들은 긍정적이다. 로스쿨들이 등록금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장학금을 깎아 줄어든 재원을 메우려는 꼼수를 내자 교육부가 제동을 걸기도 했다. 로스쿨에 끌려 다니던 과거와 차이가 있다. 이번 전수조사도 마찬가지다. 이런 전수조사는 로스쿨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없었다.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준비하려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 다만 전수조사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며 일부만 공개하려는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환부를 드러내야 제대로 치료가 가능하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교육부가 법조인 양성을 책임지게 된다. 교육부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