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와 기업, 학교 등 사회 곳곳에 숨겨진 부정과 비리를 밝힌 사람들을 내부 고발자, 이른바 공익 신고자라 하는데요.
현재 제도는 내부 고발자를 제대로 보호하기에 너무 부족해, 정의를 지키려던 많은 사람들이 생계 문제와 우울증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남자 : 이렇게 된다는 게 상상도 못 했습니다. 너무 억울한 그런 상태입니다.]
이 남성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현역 중령으로, 상관의 비리를 알게 됐지만, 막상 외부에 알리려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남자 : 본인이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이냐 이런 부분을 가장 고민을 해요 주로 상관들의 비위행위, 가혹 행위도 있고 뭐 업무상 횡령도 있고 다 내부고발이죠]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영수 씨도 내부 고발자였습니다.
해군 소령 시절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근무하다 군납 비리를 알게 돼 3년 동안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2009년 한 방송에서 비리를 폭로한 후 김 씨는 스스로 군복을 벗어야 했습니다.
[남자 : 저는 쫓겨나기 싫었어요. 보통 내부 고발자로 하면 쫓겨나잖아요. 근데 그런 부분은 자존심의 문제잖아요. 이겨야죠. 내가 잘못이 없고, 상대방이 잘못이 있는데 잘못한 내가 쫓겨나는 모양새는 안 좋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김 씨도, 다른 사람에게는 내부 고발을 쉽게 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자 : 저도 그 당시에 당연히 저는 구속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짐을 다 싸놓고 준비를 한 상태고 이러한 문제가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야 하잖아요. 그게 아니라 제가 왜 문제제기를 했고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것만 제가 3년 넘게 감시를 받고 추적을 받았어요.]
김 씨는 자신이 몸담았던 공직 사회, 특히 그곳의 권력이 클수록, 내부 고발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켜봐 왔습니다.
[남자 : 예를 들어서 국정원 잘못이 있는 거 알잖아요. 왜 고발을 안 하는 거예요. 검찰, 왜 안 하는 거예요. 법원, 검찰. 국세청. 이런 데서 진짜 내부고발이 생겨야 해요. 근데 그 사람들은 왜 안 하느냐 그 조직이 얼마나 힘이 센 걸 알거든요. 힘센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내부고발을 했을 때 그 조직의 강한 힘 때문에 그 힘으로 자기가 죽는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을 걸고 비리를 폭로해도 어디에서도 제대로 조사해주지 않는 점입니다.
내부 고발 기관으로 법에 명시된 권익위원회만 해도 자체 조사권이 없으니, 신고자가 스스로 비리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남자 : (조사권을) 안 주는 거예요. 국회도 안 줘 청와대도 안 줘 그렇다는 것은 모순이죠. 겉으로는 내부고발을 활성화를 통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정의로워지자 라고 해놓고 우리 사회 아주 높은 지도층 의원님들이나 청와대 계신 분들이나 아주 고위공직자들은 본인들이 불편한 거예요. 그러니까 조사권을 안 주는 거예요. 정말 말로만 의지만 있거든요.]
김 씨는 지금, 우리 사회에 대안을 묻고 있습니다.
[남자 : 실천을 하려면 조사권을 주고 신고자에 대해 정확하게 인정해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신고자들이 먹고살게해줘야 하는 거예요 내부 고발자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 뭐냐면 처벌받고 나서 먹고살게 없는 거예요. 생계. 내가 먹고살지도 못하는데 내가 가서 우리 사회를 위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있을 수가 없어요.]
지난 2013년 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화국에서 일하는 어느 직원의 일상에 주목했습니다.
내부 고발자인 이해관 씨.
당시 그의 일터는 집에서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98년 입사 이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현장 수리 업무로 발령이 난 것은, 회사의 보복 징계 때문이었습니다.
[이해관 : 아직 잘 안 돼가지고 이게 이제 아직 일을 많이 안 해본 사람의 설움이죠, 일종의.]
지난 2010년, 통신 회사 KT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전 국민 전화 투표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때 국내 전화 회선을 마치 국제전화인 것처럼 속여 요금을 받은 사실을 이 씨가 폭로했습니다.
그 후 정직과 감봉 등 온갖 징계를 받다가 2013년 해고됐고, 3년이 넘는 소송 끝에 해고 무효 판정을 받아 올해 초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이해관 : 진짜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인가 하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와서 웃으면서 이야기하지 저도 최종적으로 재판에서 졌다. 이러면 그 상처를 평생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씨는 자신을 원상 복귀된 거의 유일한 내부 고발자라고 말합니다.
복직 뒤 회사를 상대로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도 그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이해관 ; 상징적으로 반드시 우리 사회의 공익제보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책임을 묻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판례 같은 걸 제가 꼭 남기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 씨의 소송은,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내부 고발을 더 많이, 또 좀 더 쉽게 하려는 역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씨가 생각하는 대안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해관 : 저는 이제 무엇보다도 내부고발하면 지금 우리 사회처럼 인생 망친다가 아니라 완전히 대박 난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포상 제대를 실시하고요. 그리고 공익제보가 사실일 경우 그런 공익 침해한 기업이 됐건 기관이 됐 건에 대해 아주 가혹하리만큼 징벌적인 배상제도를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부 고발자들이 걸어온 의로운, 하지만 외로운 길.
그 상처와 대가보다 사회는 완고하고 또 바뀌지 않는 것 같지만, 그들은 다시 꿈꿉니다. 내부고발 권하는 사회를.
[남자 : 내부고발은요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는 전조에 대해서 고발을 통해서 예방이 가능해요. 미리미리 견제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사전 시그널을 주는 거잖아요.]
[이해관 :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 이런 건 줄어들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나 사회가 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단지 사회만 잘 되고 기업은 망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사회 모든 것이 다 그렇게 선순환 아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