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충격적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한 선생님의 용기있는 제보, 내부고발 때문이었다.
영원히 묻힐 수 있었던 사건, 수많은 사람들의 침묵 가운데 신념을 지킨 ‘내부고발자’들...자신이 가꿔온 삶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그 순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용기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PD수첩은 ‘내부고발자’, 그들의 외로운 고백을 들어봤다.
■ 내부고발 그 후, 바뀌어버린 삶
2014년 7월, 8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지영 씨(가명)는 모교인 D여대의 시간강사로 채용됐다.
그런데 한 학기가 끝날 때 쯤인 12월, 후배 학생이 A교수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은 과 후배와 선배들에게 A교수에 대해 수소문한 결과,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긴 고민 끝에 박 씨는 교내 성폭력대책위원회에 가해교수를 신고했다.
제 미래를 생각 했을 땐, 이 친구(피해학생) 말을 다 무시를 하고 준비하는게 맞았죠. 왜 아무도 안 나섰지? 전 모르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다 알면서 안 나선 거예요. 제가 답답한건 왜 다 알고 계시는데 십여년 동안 참았냔 말이에요. 어른이면 누구든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사회도 아니고 학교잖아요. 대학교.
- 박지영 씨(가명) 인터뷰 중
학교는 일주일 만에 가해교수를 해임했고 이례적이게도 총장 직무대행의 명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그런데 사건 이후, 학교 측은 강사 계약기간이 끝난 박 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성추행 피해자 또한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런데 학교 내에선 내부고발자 박지영 씨(가명)가 교수 자리를 노리고 가해 교수를 음해한 것이라는 소문과
피해 학생이 ‘돈을 노린 꽃뱀’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는데...
달을 가리킬 땐 달을 봐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봐선 안된다고 하잖아요.
신고자들이 이야기하는 위법행위를 보고 그걸 제대로 처리하는걸 우리가 다 같이 봐줘야하는데 자꾸 신고자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신고자의 동기가 어떻고, 조직에 해를 가하는 사람이라고 자꾸 다른 색깔을 덧씌우기도 하죠.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심사정책과 인터뷰 중
■ ‘배신자‘라는 낙인 - 집단 따돌림 혹은 해고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인 하나고등학교. 2015년 입학 성적 조작으로 논란이 되었다.
입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불합격선에 있는 남학생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선 안에 있던 여학생들을 불합격으로 처리하는 점수 조작을 했던 것이다.
입학 부정 사실 등이 알려지게 된 것 역시 ‘내부고발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하나고등학교의 비리를 공론화한 사람은 바로 전경원 선생님. 하지만 그는 학교 안에서 ‘배신자’, ‘반역자’, ‘왕따’라고 불렸다.
그는 점심시간이 되면 급식이 아닌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학생들도 지나갈 때 인사 안 하고 선생님들은 거의 인사 안 해요. 일단 전경원 선생님에 대해 이해 못해서 안 하는 분도 계시고.“쟤 왕딴데 왜 왕따랑 같이 놀아...”
- 학교 선생님 인터뷰 중
1988년 국정원에 입사한 황규한 씨는 2006년 당시 이스라엘로 발령 받았다. 이미 전임자가 황 씨가 살 집을 계약 해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1년 후, 집 주인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전임자가 임대료 중 1만 8천달러 즉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천만원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규한씨는 이 사실을 국정원에 보고했지만 국정원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수개월 동안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
조직에 대한 실망으로 그는 사직서를 썼고 허가됐다는 공문도 받았다. 이 후, 황 씨는 이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하지만 이미 사직처리가 된 줄 알았던 그에게 국정원은 해임이라는 징계처분을 내렸는데... 그 후 황 씨는 생계를 위해 일당 8만원의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아침과 저녁에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운전기사로, 낮에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내부고발 할 당시에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바로 경제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경제적인 곤란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복잡한 어려움들을 미처 예측하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매우 힘들어 하십니다.
-중앙대학교 박흥식 교수 인터뷰 중
■ 환영 받지 못한 목소리 - 그들을 향한 박수
2016년 1월 25일 개정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는 공익신고보호대상 법률을 180개에서 279개로 확대했다.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있지만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조직 내 왕따, 보복성 해고, 해고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자’들은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제보할 것이라고 말한다.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아닌 침묵에 대한 ‘반성’과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심청이가 자기 아버지 눈을 뜨이게 하기 위해서 몸을 던졌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내부고발 하는 사람들은 우리 시민들, 우리 사회가 못 보고 있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자기 몸을 던진 사람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