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철도공사가 직원 부정채용 사실을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를 해임한 것을 놓고 당사자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대전도시철도공사에서 해임된 황재하 전 경영이사는 20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정을 막아보려 하고 잘못된 것을 세상에 알린 사람도 부정을 저지른 사람과 똑같이 해임한다면 누가 조직 내 부정을 알리겠느냐”며 “부당한 해임 처분에 대해 법적 구제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황 전 이사는 올해 공사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채용 문제로 지난 18일 자신에 대한 해임 처분이 내려지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올해 승무직(기관사)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차준일 전 사장의 지시로 임직원들이 응시자들의 면접점수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황 전 이사는 이 과정에서 지인을 통해 언론에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전시 감사를 통해 부정채용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대전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성적 조작을 지시한 차 전 사장을 즉시 해임하고, 도시철도공사에 황 전 이사의 해임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었다.
대전시는 당시 황 전 이사가 인사위원장으로서 성적 조작 사실을 알고도 최종 시험 결과를 결제해 사실상 부정채용을 묵인했다는 점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해임 요구가 지나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대전시는 그가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정한 신고기관이 아닌 언론을 통해 먼저 부정채용 사실을 알린 점을 들어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황 이사는 이에 대해 “시에서 직원 채용 과정에서 제 역할에 대해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과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결국 해임처분을 통보했다”며 “사장 지시로 부정채용 시도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항의했고, 사장이 지시한 응시자 2명 중 1명이 불합격한 상태여서 정상적으로 합격자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결재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부정채용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경위에 대해서도 “나중에 면접점수가 수정돼 합격자가 뒤바뀐 것을 확인하고 고민을 지인에게 얘기했는데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라며 “감사관실이나 권익위 등에 먼저 알려야 했다는 절차적 미흡함이 해임처분을 받을 만한 사유는 아니며, 권익위도 내부고발자는 보호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만큼 해임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황 전 이사가 경영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면접시험 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도 결재 했고, 감사·수사기관에 부패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비공개 문서를 언론에 유출하면서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기 때문에 해임을 요구한 것”이라며 “감사가 시작되자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것은 부패행위 신고자로서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감사 결과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부패행위를 신고하며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고, 이를 공공기관의 징계처분에도 준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임조치는 너무 성급하다”며 “이번 해임 처리는 점수 조작에 가담한 다른 직원들이 정직과 감봉 처분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공직사회에 공익신고를 하면 본인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