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조직 비리' 지적·외부 고발… 수년간 법정 투쟁 벌이기도 축출되거나 배신자 낙인 '고달픈 삶'도… 실질적 보상·보호대책 절실 김현준기자realpeace 입력시간 : 2013/12/14 20:08:54 수정시간 : 2013/12/14 20:08:54
내부공익신고자들 삶 들여다보니…
양심에 따라 용기를 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도리어 배신자로 낙인찍혀 고달픈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속칭 내부공익신고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용기는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했지만 정작 그 자신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적지 않았다. 내부공익신고 이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축출되거나 남아 있더라도 왕따를 당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0~2012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 사실을 공개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을 꼽을 수 있다. 불법선거 정국의 불씨를 댕긴 장 전 주무관이었지만 지난달 28일 법원이 그의 증거 인멸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인정하며 결국 공직을 떠나야만 했다. 장 전 주무관에 이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 수사 축소ㆍ은폐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또한 최근 한 보수언론이 제기한 석사논문 표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내부공익신고를 통해 세상을 바꿔왔던 이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호루라기재단에서 조사한 ‘내부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중심으로 과거 큰 이슈를 낳았던 내부공익신고자들의 공익신고 이후 행보에 대해 살펴봤다.
<관련기사>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인터뷰
1992년 군부재자투표 부정을 세상에 알렸던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현재 공익제보자 모임과 호루라기재단에서 자신과 같은 내부공익 신고자들의 인권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 상임이사가 출강하는 연세대학교에서 만나 내부공익신고를 결심하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들었다.
-현재 몸담고 있는 호루라기재단은 어떤 곳인가?
호루라기재단은 내부공익신고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됐다. 내부공익신고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법적ㆍ절차적 도움을 주고 내부공익신고 이후 피해를 당하는 이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자신도 내부공익신고자 출신이라 더욱 조언할 것이 많을 것 같은데?
상담하러 오는 분들에게 ‘제보를 하라’고 직접적으로 권유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제보일지라도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않다면 크게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법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제보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만약 제보한다고 할 경우에 어떤 절차와 방법이 필요한지 조언할 뿐이다.
-내부공익신고를 결심하는 이들이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내부공익신고를 결심했다면 법이 허락하는 한에서 증거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공문 등의 문건이나 녹취자료, 이메일 등을 최대한 수집한 다음 제보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가능하다면 제보 과정에서 나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 내부의 협조자를 확보하는 것도 좋다. 제보 이후 중요한 것은 해고 등 징계를 할 만한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근태를 확실히 하고 가능한 한 업무도 확실히 하는 편이 좋다.
-내부공익신고자 관련 법안 중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
내부공익신고는 개인적으로 하는 데다 갑작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아 제보 이후의 삶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부공익신고에 따르는 특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사가 사립학교 비리를 제보, 직장에서 쫓겨날 경우 공립학교로 특채를 시켜주는 방법이 있다. 기업의 비리를 제보해 해고되는 이들은 공무원으로 특채하면 된다. 특혜가 상당할 경우 내부공익신고는 자연히 늘어날 것이고 결국 세상이 더욱 좋아지지 않겠나.
-1992년의 내부공익신고를 했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가?
내부공익신고자들 중 살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다. 나 또한 제보 이후로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후의 삶을 되짚어 볼 때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할 것 같다. 물론 방법을 좀 달리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죽기 전 내 삶을 정리할 때 잘 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 내부공익신고자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한 사례는 주간한국 기사(상단 링크 참조)를 참조하시면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