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교사가 학부모 비난” 진술서 쓴 비정규직 교직원 신원 학교에 알려…“인사 불이익 우려”
국가인권위원회가 학내 학생들 폭력사건과 관련해 발생한 교사와 학부모 간 분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쓴 비정규직 교사의 실명을 학교에 알린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인권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교직원은 인권위가 내부제보자 정보를 흘린 것이라며 학교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비정규직 교직원 ㄱ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지난해 10월 자신이 같은 학교 교사 ㄴ씨의 발언 내용을 들었다며 작성한 ‘목격자 진술서’에 대해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ㄱ씨는 당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학부모 ㄷ씨를 위해 해당 진술서를 썼다.
이 진술서에는 피해 학생의 담임교사인 ㄴ씨가 교사 식당에서 “ㄷ씨가 유별나 내가 고통당한다” “다른 선생님도 ㄷ씨 때문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ㄷ씨는 자녀가 당한 학교폭력을 학교가 은폐하고 허위 사실로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며 지난 5월 학교 교장·교감 등을 경찰에 신고하고 인권위에도 진정서를 내면서 ㄱ씨의 진술서를 함께 제출했다. ㄱ씨는 학교에 진술서 작성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ㄱ씨는 “학교 측에 확인한 결과 인권위가 내가 진술서를 쓴 사실을 학교에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직원 ○○○(ㄱ씨의 실명)가 쓴 진술서’를 학교 측에 증거자료로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ㄱ씨는 “인권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모했다는 의심을 사는 교장·교감에게 내부제보자의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인권위 담당 조사관은 ㄱ씨의 진술서 작성 사실을 학교에 알린 데 대해 “국가인권위법상 문제가 없다”며 “교장·교감에게는 이번 자료 제출 요구를 계기로 ㄱ씨에게 징계나 부당한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고지했다”고 ㄱ씨에게 말했다. 그러나 ㄱ씨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불이익을 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묻는 경향신문의 전화에 “조사 절차가 비공개 사안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