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소식] 법원, 공익신고자에 대한 전보 조치는 보복적 의도를 가지고 인사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불법행위임을 인정
사건 개요: 공익신고자에 대한 부당한 전보 조치
2012년 4월, 이해관 KT 새노동조합 전 위원장(이하 ‘이 전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 KT가 ‘제주 7대 경관 선정’에 관한 전화투표와 문자투표 서비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취하였다는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KT는 이 전 위원장을 출퇴근에 약 5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으로 전보하고, 부당한 근태관리, 해임, 감봉 등을 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은 이후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 결정과 위 인사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로 복직되기는 했지만, 약 4년이 넘도록 보복적 인사조치가 반복되고 그에 대한 법적 다툼이 이어짐에 따라 오랜시간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에 희망법은 2016년 9월, 이 전 위원장을 대리하여 위 일련의 인사조치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고 그로인해 이 전 위원장이 인격권, 건강권 등을 침해당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KT와 관련 관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공익신고자에 대한 전보조치는 보복적 의도를 가지고 인사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불법행위임을 인정
위 청구에 대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1,2심)은 △이 전 위원장이 2012. 4. 30. 국민권익위원회에 위 신고를 하자, KT가 바로 일주일 뒤인 2012. 5. 7.에 겨우 하루의 여유를 두고 2012. 5. 9.자로 원거리 전보를 하겠다고 통지하였다는 점, △ 위 공익신고와 위 전보에 이르게 된 시점과 그 간격, 다른 이유가 고려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사정, △ 위 전보에 다른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은데도 이 전 위원장을 출퇴근에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먼 곳으로 전보 발령한 점을 제시하며, KT가 이 전 위원장에게 한 일련의 인사조치 가운데 “출퇴근에 5시간 이상 소요되는 원거리로 전보한 것은 이 전 위원장이 공익신고를 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서, 그에 대한 보복감정 등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불법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KT는 이 전 위원장에게 그로 인한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다만 법원은 KT가 이 전 위원장에게 한 해임과 감봉, 관리자의 비합리적인 근태관리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부당한 전보 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
–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1,2심
그런데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위와 같이 이 전 위원장에 대한 KT의 전보 조치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적 의도로 이루어진 부당한 인사조치라는 점은 인정하였지만, 이 전 위원장이 KT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들어 최종적으로 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위와 같은 판단의 이유가 된 ‘소멸시효’란 피해자가 불법행위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우리법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 내에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민법 제766조 제1항), 위 기간이 지난 후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면 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위 전보 조치가 있었던 날인 2012. 5. 9.을 이 전 위원장이 위 전보 조치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 즉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시점으로 판단했습니다. 즉, 법원은 이 전 위원장이 전보 발령일 당시, 그 전보 발령이 위법·부당하고 그로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이 전 위원장은 위 전보 발령일로부터 3년이 지난 2016. 9.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고 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 부당한 전보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대법원
이에 희망법은 이러한 1,2심 법원의 판단에 불복하여 상고했습니다. 희망법은 그동안 우리 법원이 여러 객관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인지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시점을 인정해왔다는 점을 밝히고, 이 사건의 경우 이 전 위원장이 전보 발령 당일에 그 전보 조치가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여 위법·부당하고 그로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까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시점은 전보 발령일이 아니라, 위 전보의 당부가 다투어진 관련 소송에서 해당 전보명령이 위법,부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재판장 안철상, 주심 이흥구)은 지난 2021년 6월 30일, 이 전 위원장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시점을 전보 발령일로 본 위 1,2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해당 부분을 파기하여 항소심 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6. 30. 선고 2021다204367 판결).
대법원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전보 명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근로자로서는 그때에 비로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 “전보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행정판결이 확정된 때인 2015. 4. 23. 비로소 부당전보로 인한 손해를 알았다고 할 것이고,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이 전 위원장이 그때부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기 전인 2016. 9. 21.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전보 발령의 당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 전 위원장이 사실상 위 전보발령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공익신고자에 대한 위 전보 조치는 사용자가 보복적 의도를 가지고 인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불법행위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부당한 전보조치를 당한 피해자가 해당 전보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해자가 위 전보 조치의 가해자인 사용자를 상대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는 ‘사용자가 해당 전보조치를 한 때’가 아니라, ‘위 승소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희망법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앞으로 용기내어 공익신고를 한 사람이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