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A씨가 지난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까지 써놓은 것으로 확인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건희 명품백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고 했다는 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권익위는 지난 6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고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의결권을 가진 야권 성향 권익위원들은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일부 위원은 의결서 서명도 하지 않았다.
A국장도 “사건을 최종 판단하는 위원 가운데 사건 당사자와 이해 관계에 있는 위원들은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스스로 회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절차상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백 사건에 면죄부를 준 회의에는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현 방통위 부위원장), 정승윤 부위원장이 모두 참여했다. 이 중 유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며 김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이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권익위원회 위원장이나 부위원장 등은 직무를 회피해야 하는 데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A국장은 박사학위가 있는 부패방지 업무와 관련한 최고전문가였다.
그는 청탁금지법을 담당하는 부서의 운영 책임자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권익위는 반부패총괄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국민의 고충민원의 처리와 부패방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권익위원회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 6개월 넘게 처리하지 않다가 지난 7월,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방심위로 보냈다. 류 위원장에게 자신의 비위 혐의를 직접 처리할 수 있게 했으니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리고 권익위는 오히려 민원사주를 공익제보한 방심위 직원들을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범죄 혐의가 있다며 경찰에 넘겼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권익위가 공익제보한 혐의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거꾸로 제보자들을 경찰에서 수사하도록 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권익위의 민원처리 만족도가 하락하고, 공익제보자들 사이에 권익위를 믿지 못하겠다는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권익위의 편향적 일처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권익위는 지금이라도 권익위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도록 면모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은 권익위의 명품백 사건 조사와 관련해 윗선의 압박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 관련자를 엄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