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주지역 장애인시설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사건 2심에 대한 판결 선고가 내려졌다.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남근욱 부장판사)는 거주인 폭행 가해자이자 사건 주도자인 전 원장 정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혜강행복한집 사태는 시설 설립자 세력이 인권유린 문제로 2심에서도 실형이 확정된 경북지역 첫 사례가 되었다. 또한 이번 판결은 공익제보자 부당해고 등 탄압과 관련하여 지난 1심에서 정 씨에게 추가 적용된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도 그대로 인정되었다(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그간 법인 이사회와 운영권을 장악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공익제보자를 색출하고 탄압했던 설립자 일가의 횡포에 책임을 물은 결정이다.
사건 주도자들 ‘돈’으로 감형, 공익제보자는 문제 외면하지 않은 이유만으로 벌금 700만 원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판결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정 씨와 함께 본 사건을 주도한 사무국장 서 씨에게 1심 징역형(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보다 감형된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전 원장 정 씨의 처로, 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정 씨가 사퇴한 이후에도 시설운영 전반을 지휘하며 설립자 세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두 책임자의 보조금 횡령에 적용된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와 관련하여, 재판부는 ‘5천만 원을 시설 계좌에 다시 입금’한 것을 양형에 반영했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갔을 뿐인 ‘돈’이 설립자 일가의 죄를 면해준 꼴이다.
이와 반대로, 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제보자의 노력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절망스럽다. 지난 1심 선고에서 공익제보자의 지위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검사 구형에 비해, 재판부는 제보자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700만 원’이라는 매우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우리는 이번 항소심에서라도 재판부가 공익제보자의 지위를 적극 반영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단지 시설 운영진들의 부당한 지시 아래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이 적용되어 벌금 5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취한 개인적인 이득은 당연히 없다. 다만, 부당한 업무지시를 ‘부당하다’고 말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했을 뿐이다.
시설 인권유린 문제 경종 울린 동시에, ‘공익제보하면 다친다’는 메시지 남긴 재판부
문제 해결에 나선 이유로 당장의 사회복지직을 박탈당할 수준의 형량이 선고된 것은, 한국 사회에서 공익제보자가 놓인 위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한 범죄에서 공익제보를 위축시킬 것을 매우 우려하며, 특히 자신의 생계마저 위협받게 된 공익제보자에게 여전히 참담한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 만약 대법원 판결에서조차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공익제보자는 더이상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혜강행복한집 항소심 판결은 사회복지법인과 시설 운영진의 인권유린과 부정부패에 책임을 물은 동시에, 공익제보에 나선 자는 어떠한 사회적 보호망도 없이 자신의 생계와 일상에 심각한 타격을 감수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말았다.
설립자 일가들의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인권유린, 비리 문제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내부에서 문제를 ‘문제’라 말하고, 외면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공익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익제보자가 혜강행복한집 가해자 실형까지 이끌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 수사·사법기관 그 어느 곳도 제보자의 노력과 고통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공익제보자가 갖은 위험을 감수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사실을 돌아보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그의 용기에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익제보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2심 형 확정,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혜강행복한집 폐쇄하고 탈시설 계획 당장 추진하라!
혜강행복한집 사태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2심에서 형이 확정된 만큼 인권유린과 운영비리, 공익제보자 탄압이라는 사실관계는 명백히 확인되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당장 학대시설 혜강행복한집을 폐쇄하고 거주인에 대한 탈시설·자립생활 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시설을 파행적으로 운영해 온 법인을 즉각 해산해야 한다. 혜강행복한집 설립자 측의 상고 가능성이 확실한 상황에서, 또 대법원 판결까지 시간을 허비하고 인권유린 시설에 대한 봐주기 행정을 반복하지 말라!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즉각적인 행정처분을 조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정기관에 모든 책임을 묻고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이 강자의 편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거주인과 공익제보자의 곁에서 끈질기게 싸워나갈 것이다. 거주인의 존엄한 삶과 탈시설·자립생활 권리가 근본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공익제보의 가치와 그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420경주공투단은 더 크고 깊게 투쟁해나가겠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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