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딸은 방과후학교 운영, 아들은 급식용 김치 납품, 남편은 교직원 데려다 일 시키기, 교직원 월급은 체불…. 학교를 운영하며 설립자 일가족이 수억원 대 부당이득을 챙긴 서울의 한 예체능계 사립고등학교가 교육청 종합감사에서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관악구의 교육청 지정 자율고인 ㅅ고등학교와 학교법인 ㅎ학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학교장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들과 부당한 거래를 하고 온갖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교육청 방과후학교 운영지침에 따르면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의 계열회사와는 위탁 계약을 할 수 없다. 하지만 ㅅ고교는 이씨 부부 둘째딸이 등기이사인 업체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체결·운영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1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다. 둘째딸은 학교 명의 신용카드로 5176만원어치의 개인 물품을 샀고, 방과후 강사료 4286만원도 챙겼다. 남은 운영비 3억여원은 학부모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학교회계로 집어넣었다.
이 학교는 또 이씨 부부 아들이 운영하는 영농조합에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지 못해 납품 자격이 없는 김치를 급식용으로 납품받았다. 이 영농조합은 학교법인 시설을 이용해 김치를 생산하고 이를 학교에 납품해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건물 지하에 폐자재와 도서 따위를 쌓아놓고 ‘학교사료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임차료와 출판사 옥상 방수공사비 등으로 1억3360억원을 챙긴 것도 적발됐다. 교직원이 이씨의 출판사로 출근해 회사 일을 하면서 급여 2900만원은 학교로부터 받았다.
김씨는 ㅎ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도 겸임하면서 ‘기본운영비’라며 매달 300만원을 챙겼다. 김씨의 아들인 유치원 행정실장에게도 200만원이 매월 돌아갔다. 부당수령액은 총 2억원에 이른다. 학교 시설공사도 이익을 쥐어짜내는 수단이었다. 교사환경개선공사는 총 77개 업체, 화장실조성공사는 16개 업체와 쪼개기 계약을 했다. 무면허 업체와 수의계약을 해 3289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이씨와 현 이사장인 이씨 처남의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파면을, 유치원 행정실장 및 ㅅ고교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법인에 해임을 요구할 계획이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하게 집행한 예산 10억7700만원을 회수하는 재정상 처분도 법인에 요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감사결과 처분의 이행과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나머지 이사들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