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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보육원 비리 폭로한 아영씨가...1년간 겪은 일

  • 호루라기
  • 2022-11-17
  • 조회수 398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11616384363075

 

보육원 비리 폭로한 아영씨가1년간 겪은 일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지켜준 이를 지켜주기를 - ]치료 안 해주고 보조금 타낸 보육원, 아이들 위해 신고하자 따돌림 및 불이익, 우울·불면증 겪었지만 보호조치 반년 다 되도록 못 받아, 권익위 보호과 인력도 턱없이 부족 "야근, 주말 근무도 허다합니다"

[편집자주] 바르지 못한 걸 바르지 못하다고 말하는 건 힘들다. 자칫하다간 불이익을 받기 쉬워서다. 그럼에도 기꺼이 말하는 이들이 있다. 공익신고자다. 이들은 자신이 몸 담은 사회 정의를 지키고, 바로잡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서 알린다. 그리 지켜준 이들을 우리 사회는 역으로 잘 지켜주고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지켜준 이를 누가 지켜줘야 하는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하나씩 따져보려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런 홍보를 많이 합니다.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행동하는 양심, 공익신고.'

 

'공익신고'는 공익을 침해하는 걸 본 사람이, 신고해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채용 비리, 보조금 부정수급, 부패행위, 채용 비리 등 참 많지요. 그걸 넘기지 못하고 신고하려는 이는, 정의롭고 양심적인 사람이겠지요. 그러나 여기서 고민이 드는 지점이 이럴 겁니다. 그런데 혹시 신고했다가 내가 불이익을 당하면 어쩌나.

보육원 비리 폭로한 아영씨가1년간 겪은 일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자를 보호하는 제도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비밀보장과 신변 보호를 해줍니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주지 못하게 하고요. 게다가, 신고 덕분에 국가나 지자체가 수익이 늘거나 비용이 줄 경우, 신고자에게 보상금도 주게끔 했습니다. 참 좋은 제도지요.

 

문제는 이런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일 겁니다. 실제 있었던, 다음 공익신고 사례를 자세히 볼까요.

 

아이들 치료 일부 안 해주고, 보조금 타낸 보육원그걸 신고한 상담 선생님

 

아영 씨(가명)는 지난해부터 서울 한 보육원에서 임상심리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육원, 다들 잘 알 듯 부모가 없거나 기를 수 없는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었지요. 그곳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상담하고 기록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육원의 곪은 문제들이, 아영 씨 눈에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걸 모르는 척할 수 없는, 불의와 친해지기 힘든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우선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는, '비밀보장'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육원장 등은 아영 씨에게 상담일지를 보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비밀보장 원칙을 위반하란 거였습니다. 아영 씨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불만도 얘기할 수 있고, 원장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는데, 다 통제하면 상담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요.

 

또 이 보육원에선 매년 원장 생일마다 아이들에게 노래·율동 연습을 시켰습니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로 했고, 하루종일 연습한 적도 있었답니다. 이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영 씨는 이를 부당하다 여겼고, 외부기관과 언론에 제보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전체 보육시설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인 일이 더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아영 씨는 보육원 아이들의 언어 치료 등이 일부 진행되지 않았단 걸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진행되지 않은 것까지 보육원에선 보조금을 받아 부정 수급했습니다. 그게 지난해에만 100회가 넘었답니다.

 

보육원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영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이 문제를 공익신고했습니다. 권익위는 이 사실을 확인했고, 허위 청구한 비용 8337000원을 환수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에선 아이들 치료재활 사업을 신청할 때, '보조금 부정수급 방지 확약서'도 제출하도록 바꿨습니다. 아영 씨 덕분에 부정수급 문제가 알려졌고, 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조금 더 엄격해진 거지요.

 

"자기가 무슨 조사관이냐?" 동료들 따돌림에공용 메일도 못 쓰게 한 보육원

뜻깊은 일이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공익신고 이후에 아영 씨는 큰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영 씨가 "치료 재활 사업이 얼마나 빠졌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보육원장은 "버릇없는 것 맞네, 원장 상관없이 막 하니까 버릇이 없네", "어른도 없어 여기는,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사람이 큰소리 빵빵치고", "난리를 쳤지, 이렇게 난리를 쳐야 하냐"고 외려 비난했습니다. 당시 보육원 사무국장도 "선생님이 뭔데 조사해, 조사관이에요?", "이거 하라고 권한줬어요?"라고 했습니다.

 

아동 상담과 치료 재활을 책임지던 사람으로서, 잘못된 걸 잡으려던 것뿐이었는데도요. 아영 씨는 힘들었습니다. 공익 신고 이후엔 더 심해졌습니다. 보육원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냉소, 따돌림 등을 느꼈고, 이게 관리자들의 험담에서 시작된 거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무국장은 한 보육원 근로자에게 "(아영 씨와) 허락 없이 얘기하지 마라"고 하기도 했답니다. 이와 함께 보육원 공용 메일도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업무에 큰 힘듦을 겪어야 했지요.

 

아영 씨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허탈해하고 좌절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아동치료재활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요. 또 치료 재활을 제대로 못 받은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컸습니다. 관리자들에 대한 분노도요.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아영 씨는 결국 정신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공황장애 증상도 생겼습니다. 심장, 오른쪽 목과 어깨의 마비에 시달렸습니다. 또 우울, 불안,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처방받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로부터 적응 장애와 불면증 등을 진단받았습니다.

 

국민권익위에 '보호조치' 요청했지만6개월 넘도록 결정 안 돼

 

이 과정에서, 아영 씨가 기댈 곳이 국민권익위원회 말고는 없었습니다. 지난 517, 아영씨는 권익위에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도와달란 거였지요. 보호조치 결정이 되면, 권익위는 아영 씨가 일하는 보육원에 보호조치를 이행하라고 권고하는 거였습니다.

 

현행법상으론 늦어도 90일 안에는 보호조치결정이 되게끔 정해져 있습니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공익신고자가 내부에서 겪어야 할 힘듦이 가중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보육원에서 일하는 날들이 힘들었던 아영 씨도, 빨리 결정이 나오길 고대했습니다.

 

하지만, 1116일 현재까지도 권익위는 아영 씨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6개월이 꽉 차도록 공익신고자에 대한 어떤 보호도 없었던 거지요. 아영 씨 사례뿐 아니라, 권익위가 보호조치 결정까지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꽤 깁니다. 공익신고는 평균 189.6, 부패신고는 평균 154.3일이었습니다(지난해 1~올해 8월 기준).

 

아영 씨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직장 내 괴롭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6월에 신청했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감독관은 "사안이 복잡해 과정이 길어졌다""이번주 중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직장 내의 괴로움을 감당하는 건 오롯이 아영 씨 몫인 거지요.

 

권익위 "야근, 주말근무 할만큼 인력 부족"전문가 "더 심한 사례도 많아"

보육원 비리 폭로한 아영씨가1년간 겪은 일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걸까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인력 부족'입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290여 건의 공익신고 관련 보호조치 요청이 왔으나, 이를 신고자 보호과 직원 16명이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게다가 공익신고 사건 특성상 복잡하고 조사할 게 많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16명의 인력도 파견 등 어떻게든 끌어와 늘린 것이고, 행정안전부가 정한 신고자보호과 정원은 고작 8명이랍니다. 인력 증원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라 했습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는 이들은 거의 다 신고자 보호과 직원들"이라며 "공익신고자의 어려움을 해결한단 보람으로 그나마 버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익신고를 했단 이유로 계속 받는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 그를 보호해야 할 기관의 한계, 그로 인해 너무 더딘 처리. 하지만 이런 아영 씨 사례가, 다른 공익신고자에 비하면 심한 편이 아니란 말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문은옥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간사는 "(아영 씨는) 그래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해결될 수 있게 더 많이 호소한다. 그렇게 싸우는 것도 에너지인데, 너무 소진되면 중간에 그만두는 분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간사는 "공익신고자들이 긴 시간 싸움을 한다. 제보하면 빨리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식과 다른 현실을 경험하며 '내가 잘못한 건가' 후회를 많이 한다"고도 했지요.

 

오죽 힘들면, 오죽 보호받지 못하면, 심지어 문 간사와 상담하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그냥 부패 행위를 한 사람과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요."

 

아영 씨도 마찬가지로, 많이 지쳤습니다.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작년 12월로 만약에 돌아가시면요. 공익신고로 인해 이렇게 힘드실 걸 알았어도, 또 신고하실 건가요?"(기자)

 

아영 씨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가족들이 제게 뭐라고 했었어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요. 그래도 이렇게 말했지요. 다시 돌아가도 난 공익신고를 했을 거라고요. 다름 아닌,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거니까요."(아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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