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1일 경찰 골프장 직원들이 수년간 예약 시스템을 조작해 고위 경찰 등 특정인들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보도했다. 취재 결과 예약 비리로 의심되는 사례가 지난해에만 최소 100회로 파악됐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만든데다 해마다 10억 원 안팎의 운영 적자까지 세금으로 충당하는 경찰 골프장을 일부 직원들이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경찰 조직이 이런대 국민들은 누구에게 공정을 바라야 하나?"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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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 감찰·감사 동시 착수 … "문제 원인 파악한다"
보도 직후 경찰이 움직였다. 경찰청은 어제(3일) 경찰 골프장 내 예약 특혜의혹을 감찰·감사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살펴보는 대상이 행정적인 부분이면 '감사', 사람이면 '감찰'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감사(골프장 예약 시스템)과 감찰(특혜 의혹 전·현직 경찰관)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의 공백이 편법을 낳았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문제가 비롯됐는지 파악하고 KBS가 지목한 경찰 고위직(이명교, 이명호 치안감)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감찰 담당 부서는 오늘 충남 아산 경찰 골프장에 내려가 감찰을 시작했다. 아울러 아산뿐 아니라 용인 경찰 골프장에 대해서도 감찰과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과거 '예약 비리' 제보자 신원 유출 … 이번엔 다를까?
경찰 골프장 예약 비리 문제를 KBS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알린 건 경찰 골프장 직원 A 씨다. A 씨는 원래 이 문제를 경찰 안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A 씨는 2019년 12월 동료 직원이 예약 시스템을 조작해 지인과 상급자에게 예약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경찰청 감찰에 신고했다.
제보는 경찰청 감찰 신고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12월 25일부터 1월 2일까지 이어졌다. 경찰청 감찰이 객관적으로 이 사안을 해결해주고 무엇보다 신원 보호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A 씨의 기대는 곧 무너졌다. 신고 직후 제보자 A 씨의 신고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A씨는 "신고 이후에 골프장 관리자가 찾아와 신고를 취하하라고 얘기했다. 비밀인데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상급자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 씨는 감찰 신고 내용이 유출된 것 아니냐고 경찰청 감찰 담당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조사 사항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체력단련장 상급자가) 그 내용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 확인되며, 취하를 종용하였다는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 등을 거쳐 적절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청 감찰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자 신원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찰 인재개발원 내 감찰 직원이 감사를 시작했지만, A 씨는 그 결과를 들은 바가 전혀 없다. A 씨는 "내 진술을 받고 이런저런 자료를 물어보더니 그 뒤에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어떠한 조치도 알려준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사 사실을 체력단련장 관리자에게 알려준 상급자와 인재개발원 감찰 직원 모두 예약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A 씨는 체력단련장 관리자의 상급자가 수차례 예약 특혜 혜택을 받았으며 감찰 직원은 특정 경찰관의 골프 예약 배정을 위해 계정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감찰 담당 직원은 KBS와 통화에서 자신의 계정을 특정 경찰관에게 빌려준 사실을 인정했다.
약 2년 2개월 만에 다시 경찰청 감찰이 시작됐다. 경찰이 이번엔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