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4 11:51l 최종 업데이트 24.01.24 11:51l 신상호(lkveritas)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의 신변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공익신고자는 익명으로 보호받아야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명분으로 한 경찰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 내부 감사까지 실시되면서 공익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대해 집단 민원을 낸 사실은 방심위 내부 제보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제보자는 류 위원장의 보복 조치 등을 우려해,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실명이 아닌 익명(비실명대리신고)으로 신고했다.
이 경우, 부패방지법에 따라 신고자의 신원은 보호받으며, 권익위조차 신고자 동의 없이 신고자 신원 등을 열람할 수 없다. 현재 청부 민원 의혹과 공익신고 등에 대한 대응은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와 신고 대리인(변호사)이 맡고 있다. 청부 민원 의혹 대응을 위해서 변호사 6명으로 구성된 대응팀이 꾸려졌다.
그런데 제보자를 향한 경찰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면서, 신분 역시 드러날 처지에 놓였다.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이 제기되자, 오히려 "민원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지난달 27일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관련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지 불과 12일 만의 일이다. 경찰은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류희림 위원장을 고발한 사건(양천경찰서)도 수사를 맡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 미뤄볼 때 류 위원장이 아닌 제보자 고발 사건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방심위 직원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을 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와 함께 방심위 내부 감사도 이뤄지면서 제보자는 조만간 강제적으로 신분이 드러날 위기에 놓였다.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공익신고자가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권익위에는 익명 신고... 공익신고자 신원 노출시 중징계 우려
하지만 제보자가 익명(비실명대리신고)으로 신고한 상황인 데다, 권익위가 보호조치를 결정할지도 미지수이고 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접수 현황(2021년 1월~2022년 8월) 자료를 보면, 권익위가 신고자 보호조치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6개월로 나타났다.
막상 권익위가 보호조치에 나서더라도 경찰 수사까지 제한할 강제력이 없고, 제보자 보호를 해달라는 권고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보자 신원이 밝혀질 경우, 류희림 위원장이 해당 제보자에게 '중징계'를 내리리라는 것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방심위 공익 제보 법률 대응을 맡은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변호사)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권익위에 제보자 신분은 봉인돼 있고, 만약 신변 위험이 발생해 보호해야 한다면 봉인 해제 조치를 한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우선 봉인 해제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경찰 수사가 이렇게 신속하게 이뤄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현재 상황에서 제보자를 수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면서 "만약 수사가 이뤄지고 재판을 받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그에 따라 변호사 변론 등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