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직원 ㄱ씨가 내부비리를 ‘공익 제보’한 뒤 당시 간부들에게 들었던 끔찍한 단어들이 국민권익위원회 결정문과 법원 판결문에 오롯이 박혔다. ㄱ씨는 흥사단 직원의 ‘공공기관 예산 편취 의혹’을 공익신고했다가 이를 두둔하는 간부의 인신공격에 4년여를 시달렸다고 한다. 안면마비로 병가휴직까지 내는 등 몸에도 탈이 났다. 지난 15일 서울북부지법은 ㄱ씨가 간부들의 명예훼손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ㄱ씨 손을 들어줬다. 흥사단도 그 간부를 징계했지만 공익신고 이후 ㄱ씨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법원 판결문과 권익위 결정문, ㄱ씨 담당 변호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건의 시작은 202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ㄱ씨는 흥사단 직원이 2018년 공공기관 용역사업을 수행하면서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하고 사업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위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간부 ㄴ씨 등은 “부정행위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자”거나 “(경미한 사안은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대응했고 징계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외부에 유출되면 (본부와 직원)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이유였다. 2020년 3월 ㄱ씨가 “부패행위를 저질렀고, 간부들은 이를 알고도 적절한 조처 없이 묵인했고 비위행위 은폐를 강요했다”며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접수한 이유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이 규정하는 ‘부패행위’ 범위에는 “(사건) 은폐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권익위는 같은해 6월 해당 사건 신고가 부패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내부 공격’은 이 즈음부터 본격화 했다고 한다. 손해배상 판결문 불법행위 일람표에 적힌 ㄴ씨 등의 허위사실 유포, 위협, 괴롭힘 행위는 2020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50건이 넘었다. 우선 공익신고를 ‘허위’로 몰았다. 직원의 예산 편취를 은폐하려 한 적이 없는데 허위 신고를 했다는 취지다.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ㄱ씨의 공익신고자 신분을 단체 대화방에 노출하고, 일부만 가린 얼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다른 간부 ㄷ씨는 ㄱ씨를 향해 “괴로우냐? 나는 너보다 100배 이상 힘들다. 답장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괴롭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그리 말씀드렸는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괴롭히느냐”는 ㄱ씨의 호소에도 괴롭힘은 계속됐다.
ㄱ씨는 이들 간부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2021년 2월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불송치 통지서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책을 논의하며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한국 시민단체의 속성으로 보건대 피의자들의 거친 언행과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 발언을 명예훼손 등 형사적 잣대로 재단하기 부족하다”고 적었다. ㄱ씨를 도우며 사건을 지켜본 이재일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은 “경찰 수사결과가 납득되지 않았고 의심스러워 찾아보니 해당 수사팀장이 흥사단 소속이었다”고 전했다.
ㄱ씨는 지난 3월 권익위에 이어 지난 15일 법원으로부터 “부패 행위자들의 공익신고 탄압”이라는 인정을 받아냈다. 권익위는 간부들에게 “단체 대화방에서 ㄱ씨에 대한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 등 불이익 조처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결정했다. 서울북부지법은 ㄴ씨 등이 ㄱ씨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지속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반복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흥사단 쪽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당시 간부들을 징계했지만 ㄴ씨는 “(무혐의가 난다고 해도) 경찰서를 돌아다니면서 계속 고소할 것”이라며, ㄱ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흥사단을 상대로는 징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ㄱ씨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날에도 ㄴ씨의 맞고소로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