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셀프 민원제기’ 의혹과 관련해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시민단체는 3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류 위원장의 해촉을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류 위원장이 가족과 친인척,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언론사에게 부당한 징계를 가했다며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다.
이진순 민언련 상임공동대표는 류 위원장이 언론에 권한 없는 검열과 통제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이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9월 5일 뉴스타파의 ‘윤석열 부산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다룬 방송사들에 대해 긴급 심의가 결정됐다”며 “4개 방송사에 1억 2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데 큰 근거가 된 민원청구는 류희림 위원장의 아들과 동생 부부 등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 임직원 이해충돌방지 규칙에는 4촌 이내 친척이 직무 관련자이면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고 나오지만, 동생이 민원을 철회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류희림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그를 해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김태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팀장은 “권익위에 부패신고가 접수됐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언론 비판을 옥죄려는 윤석열 정부의 조직적 언론 탄압 시도에 있다”며 “이 사건이 신고된 권익위는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국회는 해당 의혹의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으로부터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시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이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대해 심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사흘 전 해당 녹취록을 토대로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종잣돈을 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모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법조 로비를 통해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의 뉴스를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민언련을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는 류 위원장이 뉴스타파 보도를 위법하게 심의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