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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공익제보자 위해 '3800번 버스를 탑시다'

  • 호루라기
  • 2022-04-22
  • 조회수 264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350219

 

공익제보자 위해 '3800번 버스를 탑시다'

입력2022.04.21. 오후 5:28 수정2022.04.22. 오전 8:58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한 시민모임 캠페인,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양재동에서 출발

 

지난 15일 오후 615분경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국제실장인 일본인 야지마 츠카사씨가 병원 다녀오는 길에 사무국의 A를 만났다. A는 갑자기 차를 세워 창문을 열더니 야지마 츠카사씨를 향해 ""라고 소리 질렀다. 야지마씨가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비웃으며 내려갔다.

20203월 이후 계속 반복돼온 일이다. 지금까지 겪은 일에 비해서는 사소한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이미 상처가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라 야지마 츠카사씨뿐 아니라 얘기를 들은 다른 공익제보자들까지 공황 상태가 됐다.

"우리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왜 누구도 그들을 벌주지 않는가."

20203월 나눔의집 직원 7인의 공익제보가 있은 뒤 2년 넘게 민관합동으로 정상화 노력이 이어졌지만 310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민관합동조사 이후 나눔의집 이사 11명 중 8명이 해임되고 임시이사가 파견됐지만 임시이사 임기 만료 시점인 310일 최종적으로 이사 전원이 조계종 승려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임시이사 5명은 "나눔의집 정상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활동을 정리했지만 공익제보자들은 그럴 수 없었다. 할머니들이 아직 나눔의집에 계시고 운영진 측에서 공익제보자들과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상황이 이전보다도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도 멀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고 버티는 것마저 힘든 상황이다. 공익제보자 7인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고 그중 몇몇은 하루라도 빨리 장기요양에 들어가야 하는 상태다. 공익과 대의 같은 것은 멀찌감치 던져버리고 사표를 냈어도 진즉에 냈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도 사표를 내고자 하는 충동과 결심이 수도 없이 있었지만 조금만 더 버텨달라는 주변의 당부, 관두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명예롭게 물러나 달라는 요청 때문에 다시 마음을 굳게 먹은 터였다. 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 약간의 괴롭힘에도 정신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15일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공익제보자 전원이 하루하루 극심한 정신적 고통

괴롭힘은 공익제보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지만 야지마 츠카사씨한테는 더욱 심했다. 나눔의집 운영진들에게 야지마씨는 '쪽바리', '일본놈'이고, 나머지 공익제보자들은 '쪽바리, 일본놈에 붙어먹는 OO'이다.

202010월 어느 날 야지마씨가 묵고 있는 직원 숙소의 각 방에 자물쇠가 채워졌다. 야지마씨가 다른 방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만든 뒤 옆방으로 사무국장이 입실한 것이다. 늦은 저녁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와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야지마씨에게 "음악 꺼 일본새끼!"라고 소리를 지른 게 시작이었다. 그 뒤로는 "XX 일본새끼가", "쪽바리 새끼가 왜 아직 여기 있나", "깡패 같은 일본 새끼" 같은 말이 떠나지를 않았다.

어느 날은 현수막도 걸렸다. "나눔의집에 일본인 직원이 웬 말이냐" 하는 내용이었다. 야지마씨가 현수막 내용에 항의해 1인 시위를 했더니 오히려 야지마씨에게 업무방해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 외설잡지를 마치 야지마씨 것인 양 슬쩍 놓고 가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야지마씨가 성추행하는 것 같은 억지 상황을 만들어 고소했다가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탄로나기도 했다.

물론 야지마씨와 공익제보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경기도인권센터에 '외국인 차별행위 등 인권침해'로 고발했고 괴롭힘에 가담하고 방조한 5인에 대해 징계 권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뒤에도 수많은 '권고'가 있었지만 이행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2020.07.20. 광주시에서 나눔의집에 "주의" 조치 및 시설장 법인업무 겸직 금지 통보

2021.02.23. 민관합동조사단에서 광주시에 나눔의집 시설장 교체 요청서 송부

2021.10.27. 경기도인권센터에서 광주시에 나눔의집 운영진(시설장 등) 징계 권고

조계종이 배후에서 힘을 쓴 것인지, 시민사회에서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인지, 광주시와 경기도가 권한 행사를 안 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야지마 츠카사씨뿐 아니라 공익제보자 전원이 하루하루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이서 괴롭힘을 일삼는 자들은 누구도 단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눔의집 운영진은 그간 공익제보자들에 대해 43건의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아직까지 계류 중인 몇 건을 제외하고는 재판이 끝난 40건 가까이가 모두 무혐의 판결이 났다. 공익제보자들의 피를 말린 것이다. 어떻게 병이 안 걸릴 수가 있었겠는가. 그나마 일곱 명이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 위안부 피해 역사에 대한 각별한 사명감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

공익제보 이후 민관합동조사가 진행됐고 임시이사도 파견됐다. 하지만 합동조사가 공익제보자들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지는 못했고 임시이사들도 괴롭힘 주체인 운영진을 징계하거나 해임하지 않았다. 경기도도 광주시도 민관합동조사단도 임시이사들도 모두 공익제보자들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 이제는 일반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공익제보자들은 그들의 공을 치하받고 그간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국민 후원금을 유용하는 데 관여한 자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조계종이 나눔의집을 호텔식 요양원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중단시키고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는 역사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모든 것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눔의집 운영진이 공익제보자들을 괴롭히는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임시이사들이 '더 이상 할 일이 없노라' 하는 기자회견 며칠 후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결성됐다.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해서다. 공익제보자들과 꾸준히 관계해왔던 내부제보실천행동 활동가들을 시작으로 나눔의집이 위치한 퇴촌면 원당리 주민들, 광주시 시민단체 회원과 진보정당 당원들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지난 324'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한 공익제보자 지지 및 조계종 규탄'을 위한 첫 집회를 가졌고 330일에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밥차 '밥통'에서 출동해 공익제보자들과 인근 주민들 40여 명이 야외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324일 나눔의집 근처에 4개의 현수막이 걸린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광주시 전역에 100개 가까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재 시민모임은 경기 광주시를 넘어 전국 각지의 시민들을 나눔의집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3800번 버스를 탑시다'라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3800번 버스는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나눔의집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수단으로 소요시간은 50~1시간이다.

 

캠페인은 오전 10시에 양재동에서 3800번 버스를 타고 11시경 나눔의집에 도착해 운영진에 대한 항의방문 및 집회를 갖고, 12~13시 점심시간에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공익제보자들과 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캠페인은 427일 수요일에 시작해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몇 명이 모여야 조계종이 한 발이라도 물러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한 명이라도 더 3800번 버스를 타는 순간, 공익제보자들의 다친 마음은 그만큼 더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의] granmasfriends@gmail.com

임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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