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사장지시사항, 감사팀이 제보자에 연락” 민주 노후원전안전조사 TF 비공개회의에서도 언급
의원들 엄중경고…한수원 “전혀 사실무근, 조사한 적 없어”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승인 2021.02.15 20:20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로 설치한 수소제거장치의 성능이 30~60% 밖에 되지 않는다는 KBS 보도이후 한수원이 KBS에 제보한 내부자를 색출하고 나섰다는 주장이 나왔다.
KBS 제보자측 변호인이 이 같은 제보자 색출 의혹을 제기하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안전조사TF(위원장 전혜숙 의원)는 15일 오전 2차 전체회의를 열어 삼중수소 비계획적 유출 사건과 수소제거장치(수소제거기·PCR) 성능 결함 은폐 축소 의혹 문제 등을 논의했다. 수소제거기 성능 결함 조사결과 은폐 의혹은 KBS가 지난 1일 보도한 내용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수소폭발에 의해 피해가 컸기 때문에 그 후속조치로 국내 모든 원전에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그 성능이 30~60%에 불과하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이에 TF 위원들은 왜 수소제거기 성능 결함을 은폐 축소했느냐고 질타했다.
문제는 이날 참석한 한수원이 KBS에 제보한 인사를 색출하려는 정황이 나왔다는 데 있다. KBS에 제보한 한수원 내부자의 변호인은 15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월9일자 사장 지시사항 공문이 내부 전산망에 올라와 그 자료를 확보했는데, ‘수소제거기 관련 외부 자료 유출과 사규 위반 사항을 조사해 보고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며 “공교롭게도 그날 한수원 감사팀이 제보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제보자 주거지 찾아가겠다며 18일에 보자고 연락해왔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더구나 한수원의 국회 해명자료를 보면, ‘특정연구원 1인의 주장’으로 특정하고 있다”며 “한수원은 제보자가 수소제거기를 문제제기한 것을 알고 그 경위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TF 간사를 맡고 있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제보자의 변호인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공익신고자 녹취록 공개와 함께 한수원 실험 조건, 수소제거율 측정 방식, 실험 결과 축소 은폐, 공익신고자 보호, 결함 원인 등에 구체적이며 폭넓게 한수원 주장을 반박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제보자 색출과 관련해 “한수원이 조직적으로 지시에 따라 공익신고자에 대한 감사와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이라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제보자측 변호인이 ‘(한수원이) 폭로자를 색출하고 감사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형사처벌 가능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며 “한준호 의원 등은 신고자 색출하고 감사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된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조사TF의 부위원장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KBS에 제보한 분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정황을 보고받았다”며 “(제보자 색출과 감사) 그런 흐름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가 엄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초점을 내부자 색출에 맞추지 말고, 잘못이 있는지 한수원 내부를 되돌아보는게 맞지, 누가 제보했느냐를 찾는 것은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며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잘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에 회의에 참석한 한수원측은 ‘공익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그런 일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1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보자를 감사하거나 조사한 일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KBS는 지난 1일 뉴스9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에서 수소제거장치를 모든 원전에 설치한 이후 이 장치가 제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2018년 9월 독일의 한 시험기관에 실험을 의뢰했다며 실제 실험결과 “섭씨 60도, 1.5기압 환경에서 초당 0.2g의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실제 수소 제거량은 30~60%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KBS는 “KBS가 입수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성능이 구매 시 요구한 규격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며 한수원이 지난해 4월에 재실험을 했으나 수소 제거율이 구매 규격의 50% 수준이었다고 방송했다.
이에 한수원은 2일 내놓은 입장에서 “보도에 언급된 실험은 수소제거장치의 성능 확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구매규격요건을 넘어서는 가혹한 조건에서 격납건물 내 수소에 의한 안전성을 검토하고자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수행한 심층연구”라며 “실험 전반에 대해 보고서에 결과를 기술했으며, 의도적인 은폐나 누락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연구용으로 수행한 실험이므로 이를 규제기관에 보고할 의무는 없으며, 이미 설치된 수소제거장치를 교체하거나 수리,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수원의 태도를 두고 이밖에도 김성환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한수원측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한수원이 독일에 공식의뢰해 적절하지 않은 실험 결과 나왔으면 이를 공개하고 원안위 보고, 대책 세웠어야 하는데, 그것을 은폐하려 했고, 결과보고서를 톤다운해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KBS 보도 이후에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원안위도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감추려고 한 한수원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보고 비공개회의에서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고 비판했다.
조사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혜숙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노후원전에 관한 국민의 불안은 식지 않고 있다”며 “월성원전의 삼중수소와 수소제거장치 문제는 그 진상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