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저를 향해 하는 말을 생각하며 ‘나는 왜 그랬을까’ ‘그래도 그 때로 돌아가면 했어야 됐겠지’ 끊임없이 자책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비난받지 않을 때 사회복지 현장의 기류가 변하고 사회에서 약자인 사람들이 우대받는 좋은 사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경북 경산에 있는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열린 제1회 사회복지종사자 공익신고상 시상식에서 ‘희생과 변화상’을 받았다. 2020년 시설에서 벌어진 16세 장애인 폭행 사건을 신고해 당시 만연했던 시설 이용인에 대한 폭행·폭언 등을 멈춘 공로를 인정받았다. A씨가 신고한 사건은 2021년 이곳에서 벌어진 또 다른 인권침해 사건(물고문 사건)을 계기로 경산시청 전수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함께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 파장이 커지면서 시설 내부가 조금씩 변했다. 법인이 바뀌고, 시민사회의 견제도 받게 됐다. 시설 종사자가 이용인을 때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16세 아동 폭행 사건 가해자는 법원에서 집행유예형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이용인이 도전적 행동을 할 때 그 전에는 물리적·폭력적으로 제압했다면 이제는 그런 제압 방식이 인권적으로 합당한가를 묻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용인들도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 단체 등과 교류하며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게 됐다. A씨는 “표현할 수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종사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고, 말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애써 몸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했다.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익신고자는 신고 이후 부당한 처우를 겪는다. A씨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배신자’로 낙인찍혀 있다. 그는 “동료들이 인권교육이 있을 때마다 ‘그 때 그 일만 아니었으면 교육 안 받는 건데’라고 한다거나 ‘인권 사건 일어나고 나니까 에어컨 후원이고 뭐고 다 끊겼으니 에어컨 청소는 선생님이 해보라’고 하는 등 애매하게 갑질을 한다”고 했다.
시설의 안일한 대처는 공익신고자를 더욱 움츠리게 한다. 물고문 가해자는 항소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시설에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가해자와 최근까지 같은 생활관에서 일했다며 “‘너 때문에 가해자들이 불쌍하게 됐다’는 동정 여론이 여전히 있다”며 “회사도 인권침해 사건 발생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그 사건은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공지해야 그런 연민도 사라진다”고 했다.
인천의 한 사회복지시설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교회 예배에 참석하게 하거나 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한 사실을 폭로한 B씨는 ‘변화의 시작상’을 받았다. B씨도 이곳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이사장으로부터 아침예배·수요예배·주일예배에 참석하고 매달 1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내라고 강요받았다. 이사장과 그의 아내는 시설 직원들을 다른 회사에 동원해 일을 시키기도 했다. 퇴사한 B씨가 직장갑질119에 제보하면서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예배 참석 및 후원금 강요는 사라졌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B씨는 “최근에 들어보니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다시 교회에 나오게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사회복지시설 내 부당행위를 막으려면 외부의 견제가 단절되지 않도록 개방성을 키워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면밀하게 지도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공익신고시 보상도 커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시설에서 학대 등이 발생할 경우 기관장 등 신고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묵인한다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